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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죽공예의 새들스티치Saddle Stitch는 느림의 동행同行이며 관계의 반복反復이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는 조금 느려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생물이다. 달팽이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정원달팽이는 시속이 0.0503km정도이고 다른 달팽이들은 시속 0.0005km를 넘지 못한다. 달팽이의 몸과 피부는 무척이나 연약하다. 이처럼 약한 피부를 가진 달팽이는 오직 자기 힘만으로 시련을 극복하며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위를 후진하지 않고 전진만 하며 등에는 집을 짊어지고 한 땀 한 땀 자신의 답을 찾아 세상 끝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차근차근 천천히 자신을 지켜내는 느린 달팽이의 생존 본능은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느림은 나무가 성장하는 속도이자 들숨과 날숨의 리듬이다. 그것은 상생과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느리게 사는 것은 생명이 감당하는 범주 안에서 남과 상생하고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며 살겠다는 결단과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더딘 삶의 방식이다. 느리게 사는 것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불행은 아니며 오히려 평온함과 행복에 다가가는 애쓰지 않는 애씀이다. 느림과 비움 단순함을 따르는 삶은 오히려 순고하고도 자족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것은 땅과 그것에 밀착한 모든 생물들이 취하는 오래된 생존의 형식이며 느림의 미학은 우리 인간의 태생적 삶의 리듬으로 인류가 배우고 따라가야 할 오랜 된 지혜와 행복의 근간인지도 모른다. 느림의 미학 생활가죽공예의 유럽식바느질 새들스티치는 더불어 함께 가야하는 느림의 동행이며 지속 가능한 관계의 반복이다. 생활가죽공예를 통해 우리는 만들어진 결과물보다는 느리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답을 찾아야만 한다. 정성스럽게 가죽을 손질하고, 가죽을 자르고, 가죽을 꿰매는 이 모든 과정은 느림의 미학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생활가죽공예는 느림의 미학을 경험해야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무두질 된 가죽을 재단하며, 물성의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느림은 우리에게 삶의 평온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서서히 심어줄 것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현대사회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시대이다. 느림을 통해 축적되어지는 아날로그의 손작업은 우리에게 따뜻함, 공감, 창의성, 상상력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메이커스MAKERS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를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대량생산 사회에서 '만들기'는 제조, DIY, 메이킹Making, 모노즈쿠리ものつくり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취향이 세분화될수록 대중들은 공장에서 만든 물건보다 개인의 취향을 증명할 수 있는 메이커의 수제품을 좋아한다. 우리에게 다가올 메이커시대의 생활가죽공예의 '만들기'는 세계적으로 새롭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환경을 더욱 조화로운 관계로 열매 맺기를 바라며, 감성적인 아날로그의 꽃의 속도로 인간다움의 생활가죽공예의 편안한 핸드메이드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느림의 미학 생활가죽공예는 지난 수년간 교육의 현장에서 씨를 뿌려 팬데믹의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잉태하였다. 그 동안 함께 가죽의 물성과 공예와 실습에 대한 지식을 확립해 가며 정보 정리와 편집 및 디자인을 끝까지 완성해준 이호준교수님과 학생들과 환경을 생각하기 위한 레더업사이클 프로젝트의 착한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자료를 지원해준 (주)헤비츠의 이재호 대표님께도 고마움을 전하며, 지금까지 느린 정직함으로 살아올 수 있도록 늘 곁에 있었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이제부터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해온 생각, 느낌, 감각을 통해 축적해온 생활가죽공예를 느림의 미학을 통한 사유로 고마운 이웃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진정한 경험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차근차근 천천히 꽃 피울 것을 다짐한다.
* 집필 및 역할
느림의 미학 생활가죽공예는 ‘생활가죽공예 e북 시리즈 총3권’의 완결판으로 지난 5년간의 수업과 실험실습으로 도출된 결과들의 모음집이다. 1권은 ‘차근차근 천,천,히. 생활가죽공예’이고, 2권은 ‘지구를 살리는 생활가죽공예’이다. 이번 3권은 생활가죽공예 연구활동에 대한 내용을 1차적으로 총정리한 결과물이다. 1권, 2권, 3권의 각 권마다 정리 수록한 아이템은 반복됨 없이 모두 다른 아이템으로 제작하여 생활가죽공예 편집의 진정성을 강조하였다. 추후 활동 및 실험과 교육을 거듭하여 계속 발전시켜 생활가죽공예의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장남용 교수는 생활가죽공예의 시대적 화두를 제시하고 직접 실천하여 전체 아이템을 설계하고 세세하게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호준 교수는 가죽과 공예와 실습에 대한 지식을 함께 확립해 가며 정보 정리와 편집 및 디자인을 진행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