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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 저자로버트 A. 하인라인
  • 출판사아작
  • 출판년2016-06-11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6-10-17)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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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SF' 로버트 A. 하인라인이 쓴 최고의 우주 SF

    전 세계 SF팬들의 필독서,

    많은 이에게 인생의 첫 번째 SF였던 SF의 고전



    《마션》을 비롯한 수많은 SF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

    SF계 최초의 명인이 쓴 아득한 우주의 꿈

    60년 전의 그 책이 한국에서 20년 만에 다시 출간된다



    어느날 내게 우주복이 생겼다!




    비누회사 경품대회서 우연히 받게 된 낡은 우주복을 입고 뒤뜰에서 놀던 소년,

    무선통신에 다급하게 잡힌 소녀의 목소리와 갑자기 나타난 우주선 두 척!

    정신을 차려보니 우주 해적에게 잡혀서 꿈에도 소원하던 달로 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소녀는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의 딸,

    소녀를 지키려다 지구의 운명까지 짊어지게 된 소년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20세기 중반 SF의 황금기를 대표하고 이끌었던 ‘빅 쓰리(Big Three)’의 일원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하인라인의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 미국에 나사(NASA)가 생겼지만 아직 인류가 달에도 가지 못했던 1958년에 출간된 이래로 수많은 이들에게 우주의 꿈을 꾸게 하고, 그들을 SF작가와 독자의 길로 인도했다. 소련과의 우주개발경쟁에 참여한 미국 엔지니어들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 하인라인의 SF를 보고 자라난 이들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선 1996년 《은하를 넘어서》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반향을 얻었고 20년 만에 새롭게 번역을 하고 원제를 살려 재출간했다.





    SF 왔음, 성장 가능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달에 가는 것이 소원인 고등학생 킵이 ‘여행 경비 전액 지원 달 여행’을 상품으로 건 대회에 응모했다가 달 여행에 당첨되는 대신 중고 우주복을 수령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킵은 비록 자신은 아직 우주로 가지 못하지만 우주에서 수백시간 동안 실제로 사용되었던 이 우주복을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기 위해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부품과 장비를 만들어서 채워나간다. 킵은 우주복에 ‘오스카’란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친구처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킵은 대학 학비가 없었고, 당분간은 결코 쓸 일이 없는 오스카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킵은 오스카를 해체하려다가 한 번만 제대로 사용해보자는 아쉬움에 그동안 완성한 오스카를 완벽하게 작동시킨다. 무선 회로장치를 켜고 기지와 교신을 취하는 척 놀이를 한다. 그런데 그때 놀랍게도 누군가 그에게 대답을 하고, 우주선이 그 위로 내려앉는데…. 우주를 꿈꾸다가 외계인을 만나고 우주 해적에게 납치된 킵은 도대체 어디까지 날아갈 것인가? 그는 지구에 무사히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스페이스 오페라의 고전인 이 소설은 동시대 스페이스 오페라를 다소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장르의 환희를 느끼게 해줄 훌륭한 입문용 작품이다.



    문명화가 진행될수록 청소년 교육은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전통사회의 십대들은 삶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대신에 미래 역시 분명했다. 대부분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마을의 다른 어른 밑에서 도제생활을 하면서 기술을 습득했다. 그들은 업무와 임무를 수행하면서 커나갔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성년으로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십대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태어난 순간엔 사탕발림으로나마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듣겠지만, 한해 한해 커나갈수록 선택의 폭은 줄어 들어간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잘못하면 주어진 시간 동안 어딘가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탐색만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직업의 다양성과 직업 선택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부모도 자녀도 고민이 된다.



    1958년에 출간된 이 SF소설도 그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소설의 배경은 미래의 기술과 과거의 사회상을 뒤섞은 듯하다. 과거에 나온 SF를 다시 읽을 때의 재미 중 하나는 지금은 실현되거나 실현되지 않은 미래기술에 대한 예측과 어쩔 수 없이 반영된 출간 당시의 사회상이 소설 속에서 공존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한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교육에 무관심하다가 고등학교의 교과과정표를 훑어본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킵,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네가 좋은 대학에 가서 뭔가 중요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 앞으로 3년 동안 네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일지 생각해봐야 해.” 그리고 킵은 ‘아빠의 지시에 따라 대수학과 스페인어, 일반 과학, 영어 문법과 작문으로 시간표를 바꿨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교과과정을 넘어서 아버지가 권해주는 책들을 읽게 된다.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워나가게 된다. 아버지는 소년의 학교를 옮길 생각은 없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년이 달에 가고 싶어 하게 되기까지



    “난 기숙학교를 좋아하지 않아. 십대는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해. 물론 너를 동부에 있는 힘든 예비학교에 보내면 스탠퍼드나 예일 같은 일류 대학에 입학시킬 수도 있겠지만, 네가 잘못된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있어. 돈이나 사회적 지위, 고급 양복에 대한 미친 생각들 말이야. 난 거기서 배웠던 그런 미친 생각들을 떨쳐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어. 너희 엄마와 내가 작은 마을에서 네가 어린 시절을 보내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야. 그러니 넌 계속 센터빌 고등학교에 다니도록 해.”



    여기서 우리는 소년의 부모가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란 것을,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잘 교육받는 것의 폐해를 아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폐해를 피하기 위해 소년과 함께 작은 마을에서 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은 폐해는 피할지라도 교육 그 자체는 한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로 치면 대안학교 같은 곳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셈이지만, 그 자유로운 교육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여 독서를 권한다.



    킵은 라틴어를 공부하며, 라틴어를 공부하다 보면 스폐인어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수학과 과학의 어려운 영역들을 공부하며 배운 것들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집의 헛간은 소년의 ‘화학 실험실과 암실, 전자공학 작업대, 아마추어 무선 통신소’가 된다. 소설의 도입 몇 페이지만에 제시되는 이러한 배경은 이미 교육적으로 흥미가 있고, 작가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소설은 현대판 루소의 《에밀》이 아니라 SF다. 킵은 3학년 때 대입자격시험에 합격하며 그해 3월에 아버지에게 달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아빠, 달에 가고 싶어요”가 소설의 첫 문장이다.





    달에 갈 방법을 찾는 소년



    아버지는 지체없이 “그러렴”이라고 대답한다. 방법을 모르겠다는 아들의 말엔 “그거야 네가 해결할 문제지”라고 대꾸한다. 그래서 킵은 당장 달에 갈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장래에라도 달에 가기 위해 평판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 공군이 되는 방법 등 달에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주인공 킵은 하고 싶은 것이 뚜렷이 있으면서도 그 실행방법은 주체적으로 고민한다. 요즘의 부모들은 많은 자녀들이 중학생만 되어도 좋아하는 과목,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없다고 말해서 고민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킵의 센터빌 고등학교와는 정반대의 환경에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체화할 시간은 없다. 잘 교육받아야 성공한다고 배웠지만 교육받은 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헛간에서 실험을 하기는커녕 헛간을 가져본 적도 없다.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을뿐더러 원하는 게 생겨도 추구할 권리도 없다. 그저 많이 배우면 그 배움이 자기 삶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주입받을 뿐이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라난 킵에게는 이때부터 연이어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모두 킵이 달에 가기 위해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소설의 말미에서 한 어른은 비슷한 말을 하면서 킵을 칭찬한다). 킵은 아버지가 발견해서 알려준, 1등 상품을 전액 경비지원 달 여행으로 내건 광고행사에 응모한다. 그냥 응모하고 운에 맡기는 게 아니라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무언가를 한다.



    결국 달 여행에 당첨되지는 못하지만 다른 상품으로 ‘중고 우주복’을 받게 된다. 킵은 수백시간 동안 우주에 머무르다 온 이 우주복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 ‘오스카’란 이름을 지어주고, 비어 있는 부품과 장치들을 그간 닦아온 공학적 지식과 기술을 발휘해 채워나간다. 아직 자신이 우주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이 우주복을 우주에 나가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소년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을 때



    이 노력에서부터 소설의 진가가 발휘된다. 킵에겐 ‘달에 가고 싶다’는 순진하고 순수한 욕망이 있다. 그리고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선 그런 그의 앞에 자꾸 우리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하는 신비한 사건들이 닥쳐온다. 하지만 그냥 닥쳐오는 것은 아니다. 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다. 킵이 오스카를 우주에서도 작동가능하도록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그 고민들은 ‘진짜’다.



    킵은 주어진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가능한 방식으로 부품과 장치들을 만들어낸다. 우주복을 개조하기 위해 킵이 끙끙댈 때 나오는 지식들은 작가인 하인라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의 항공공학 관련 민간 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압력복 등을 개발하는 연구실에서 일한 경험의 반영이라고 한다. 당연히 실질적일 수밖에 없다.







    킵은 결국 오스카를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킵은 자신이 대학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오스카가 지금의 자신에겐 쓸모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는 오스카를 팔기로 작정한다. 사실은 오스카를 받자마자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엔 아버지가 말렸다. “얘야, ‘진짜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은 항상 의심해보는 게 좋아. 네가 그러려는 동기를 분석해봐. (...)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서 그걸 해.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너 자신에게 강요하지 마. 다시 생각해봐.”



    킵은 아버지의 말을 따랐고 오스카를 충분히 즐겼다. 이제 더 이상 무리라는 것도 안다. 그는 오스카를 해체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주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오스카를 구동시켜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혼자서 자신이 금성에 온 것처럼 본부와 교신을 하는 놀이를 한다. 무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때, 그의 무전에 교신이 오고 우주선과 외계인이 나타난다.

    이후 킵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규모는 우주적이지만, 상황은 언제나 비슷하다. 소년에겐 계속해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는 주어진 조건 속, 주어진 제약 속에서 해법을 고민한다. 일을 다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엔 조력자가 있다. 천재소녀 피위와 베가인인 엄마생물은 킵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한다. 물론 킵은 운이 좋았다. 하지만 뭔가를 이룬 사람 중에서 운이 나빴던 사람은 거의 없다.





    SF는 어떻게 훌륭한 성장소설이 되었나.



    외계인들에게 휘말려서 우주를 떠도는 킵의 눈앞에는 무한한 우주가 열려 있다. 비유하자면 무한한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로 보면 파멸과 죽음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지구에 돌아왔을 때 킵은 대학 입학 여부나 대학 학비같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염려해야 한다. 킵은 가능성을 현실적 조건 속에서 붙들어 매며 삶의 순간순간을 실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삶이 실현될 때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선택의 폭, 가능성의 공간은 줄어든다. 하지만 세계에 대해 가진 그의 영향력은 상승한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세계에 대해 행사하는 힘은 대체적으로 지식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현대사회에서 그것은 과학적 지식이다. 물론 단지 지식만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헛간에 불을 질러가면서 배운 재료를 다루는 몸의 기억도 필요하다. 우주복을 잘 입기 위한 팁은 책만 읽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실천적 지식이다. 킵은 여행 속에서 그것을 쌓아나간다. 그의 여행은 훌륭하고 이해심 있는 부모에게서 보통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잘 교육받은 한 명의 인간이 어떻게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하필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킵이 성장하는 과정은 SF라는 장르 속에서 훨씬 더 현실적이고 낭만스럽게 다가온다. 작가는 ‘SF소설이니까 이렇게 썼다’가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인라인은 정말로 아이들은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부모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20세기 중반에 한 SF작가가 지녔던 그 교육적 신념에 어떻게 답하게 될지 궁금하다.



    1958년에 나온 이 소설은 이후 수많은 이들에게 과학자나 SF작가의 꿈을 꾸도록 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하인라인이 십여 년간 쓴 청소년 SF의 후기작이면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소련과의 우주개발경쟁에 참여한 미국 엔지니어들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 하인라인의 청소년 SF를 보고 자라난 이들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소설을 읽어본다면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쌓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과 은유, 설레는 전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단지 청소년 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쳐온 모든 성인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제 성장을 멈췄고, 어쩌면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때는 펼쳐진 가능성 속에서 성장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성장을 멈춘 어른은 소설 속에서만 성장을 꿈꿀 수 있고 후세대의 성장을 기대하고 인도할 수 있다. 하인라인이 그랬듯이.





    해설 및 역자 후기



    음악계에 근대 음악의 탄생을 열었던 바흐와 헨델이 있고, 근대 철학 하면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 떠오르듯이 SF계에는 20세기 중반 SF의 황금기를 대표했던 ‘빅 쓰리(Big Three)’가 있다.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라마와의 랑데부》의 아서 C. 클라크, 그리고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이 바로 그들이다. 종교학, 철학, 생물학, 역사 등 온갖 분야의 서적을 무려 5백여 권이나 쓴 아시모프가 SF를 통해 박학다식과 위트를 보여줬다면, 클라크는 SF에 과학적 엄밀성과 철학적 깊이를 더해 ‘경이감’을 선사했고, 하인라인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SF의 ‘재미’가 뭔지 보여줬다.



    하인라인(1907년∼1988년)은 젊은 시절 직업군인의 길을 가려고 입대했다가 폐결핵에 걸려 제대한 후, UCLA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수업을 잠깐 들었다. 그리고 2차 대전이 터지자 해군의 항공공학 관련 민간 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압력복 등을 개발하는 연구실에서 일했는데, 이때 그의 경험이 많은 SF 작품들에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색채를 더했다. 즉,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킵이 우주복 오스카를 만들 때 이러저러한 공학적인 설명은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아니라 직접 우주복을 만들던 연구원의 사실적인 서술이다. 하인라인은 그 연구실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와 처음 만났는데, 같이 일하는 동안 갈등이 쌓여서 둘 다 SF계의 거물이 된 뒤에도 끝내 사이가 좋지 못했다. 2차 대전 이후 해군의 상해 기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던 하인라인은 한 잡지의 콘테스트에 출품하려고 SF 작품을 썼다가, 당시 SF계를 꽉 잡고 있던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지에 그 원고를 보냈는데, 편집자로 있던 존 W. 캠벨 주니어의 눈에 띄어, 이후 수십 년간 SF계를 평정하며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는 50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장편 32편, 단편 59편, 모음집 16권 냈으며, 영화 네 작품과 드라마 두 편에 참여했다. ‘빅 쓰리’의 수상기록을 쓰는 게 군더더기 같긴 하지만, 그는 휴고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휴고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작품들에 수여하는 레트로 휴고상을 세 번 수상했다. 그리고 1974년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으며 SF계에서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하인라인은 정치적인 논란이 많았던 작가다. 2차 대전 당시 해군의 연구실에서 만난 아시모프와 서먹서먹해진 것도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이었고, 1980년대에는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을 지지하다가 아서 C. 클라크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개인의 자유’라는 한 가지 신념을 바탕으로, 극좌에서 극우까지 서슴지 않고 넘나들며 자신의 상상력을 마구 펼쳤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군국주의 파시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낯선 땅 이방인》에서는 히피들의 급진적 리버럴리즘을 이상적으로 그렸고,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는 무정부 사회인 달의 무장 혁명 운동이 실감 나게 담겨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 아시모프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곤 하는데, 아작에서 최근 발간한 조 월튼의 《타인들 속에서》에도 주인공과 친구가 하인라인의 정치적 성격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1996년 한뜻 출판사에서 《은하를 넘어서》(번역 안정희)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출간된 지 20년이나 지난 상황이라 그 책을 그대로 복간을 하기는 곤란해서, 다시 새롭게 번역을 하고 원제를 살려 발간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처음 아작에서 SF 시리즈를 논의할 때는 첫 번째 책으로 고려하기도 했었다. SF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고, SF의 역사에서도 빠트릴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보다는 동시대의 작품들에 집중하기로 출판 기획의 방향을 잡으면서 《리틀 브라더》에 첫 자리를 양보했다가, 이번에 고전 SF 작품의 복간과 《사소한 정의》, 《깨어난 괴물》, 《별의 계승자》, 《중력의 임무》 등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본격적인 출간을 앞두고 드디어 순서가 돌아왔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하인라인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서, SF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SF의 ‘과학성’과 ‘경이감’을 함께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한 뒤 SF의 세계에 빠져들어 하인라인의 뒤를 잇는 거물 SF 작가가 된 코니 윌리스는 자신의 대표작인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 하인라인에게 헌사를 남겼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처음으로 내게 제롬 K. 제롬의

    《보트 위의 세 남자(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소개해준

    하인라인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이 발간되던 1958년 미국은 나사(NASA)가 창립되면서 우주에 대한 꿈이 부풀어 오르던 시기였다. 이 책은 그 시대의 꿈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미국인이 최초로 발견했던 행성인 명왕성을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토성까지는 맨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유럽인이 발견했다), 명왕성을 발견했던 클라이드 톰보 박사를 기리는 기지를 달에 설치하는 야망을 보여준다. 명왕성에 대한 그 거친 묘사에는 하인라인의 자긍심과 애정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반세기가 지나기 전에 그 명왕성이 ‘왜소행성’의 지위로 강등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하인라인이 땅을 치며 울분을 토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된 상황에 차후라도 톰보 박사의 이름을 딴 기지가 달에 세워질지는 의문이지만, 톰보 박사의 유해를 싣고 날아간 뉴호라이즌스 호가 2015년에 명왕성을 지나면서 촬영한 하트 모양의 지역에 나사는 ‘톰보 영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책에서 유래한 위성은 있다. 비록 ‘인공’위성이긴 하지만, 전 세계의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위한 인공위성에는 대대로 ‘오스카(OSCAR)’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는 숫자와 수식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옮기는 일이 뜻밖에 까다로웠다. 숫자는 번역도 필요 없으니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전 세계 과학계가 미터법을 표준으로 쓰는 시대에 독특한 계량 단위인 야드파운드법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인치, 피트, 마일, 파운드, 파인트 등을 미터, 리터, 그램으로 바꾸고, 이를 검산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했다. 이런 미국의 고집은 1999년 화성기후탐사선(MCO)을 폭발시키는 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터법 단위로 계산한 값을 탐사선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에서 야드파운드법 단위로 입력해서 오차를 일으키는 바람에 궤도의 계산이 잘못되어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이 사건으로 미화로 1억 2,500만 달러, 한화로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탐사선을 잃은 나사는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됐다. 그 후 나사는 모든 단위에서 미터법을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발간된 SF들과 아직도 미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단위를 고집하는 많은 책이 여전히 야드파운드법에 따라 기술되어 있어서 당분간 번역자들의 이런 고생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 책은 1958년에 발간되었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과학적 사실과 재확인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다. 예를 들어 원서에는 태양에서 베가까지의 거리가 27광년으로 나오는데, 현재는 25광년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그 사실에 맞춰서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다시 확인하긴 했지만, 그 계산 과정에 오류가 남아있을 경우 잘못은 역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SF가 그저 ‘황당한 공상’이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는 ‘과학적 상상력’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두 세대가 흐르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에게 SF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즐겁게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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